당신을 보았습니다.

 

오늘 뜻하지 않게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 손에는 흰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폰카메라를 들고

 

4월의 봄비를 즐겁게 맞이하고 있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본 것은 단 몇 초였지만,

 

나에게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집니다.

 

 

 

 

당신은 여전히 한결같아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옅은 갈색 생머리에 아담한 체구의 당신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가요.

 

호기심에 가득 찬 새끼 고양이처럼

 

항상 동그랗게 뜬 눈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그런 당신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당신의 모습이

 

여전히 행복해 보여 좋았습니다.

 

비록 내가 본 것은 뒷모습뿐이었지만,

 

당신은 분명 웃고 있었을 테지요.

 

웃고 있을 당신의 표정을 떠올리니

 

나 또한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는 찰나 같은 영원 속에서

 

빗물 맺힌 캔버스 위에 그려진

 

당신의 즐거운 모습들을,

 

손끝으로 더듬어가며

 

조심스레 가슴에 새겨봅니다.

 

지금은 얼굴조차 시간에 바래 가물거리지만,

 

당신의 모습을 결코 잊고 싶지 않았기에

 

내 미지근하고 희미해진 가슴 위로

 

그 때의 즐거운 모습들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은은하고 영롱한 매력을 뽐내던 그 순백의 꽃처럼

 

당신은 조용히 내리는 봄날의 축복 속에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순백의 꽃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행복을 들고

 

4월 봄 손님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는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2013. 4. 6. 봄비 내리는 길가에서

 

HOGU 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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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精神一到何事不成 HOGU B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