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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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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 있을 때였었나... 누군가 나에게 김광석이라는 가수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나에게는 김광석은 예전에 자살한 가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쯤 그렇게 세상을 떠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늘 신곡 가요 모음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들었었는데, 그 중 김광석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초딩이었던 나에게 너무 올드한 노래라 감아버리기 일쑤였다. 나에게 김광석이라는 존재는 고작 그 정도였었던 것 같다.

 

 과거의 나는 김광석 보다는 열정적인 포퍼먼스의 싸이가 더 위대해 보였다. 그 공연장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렇게나 대단해 보였다. 그런 에너지가 해외로 전해져서 지금은 세계적인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으니...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김광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노래에는 가사 하나하나가 구구절절 사연이 담겨있고, 공감할 수 있는 바가 컸다. 누구나 공감하기에 슬퍼하고, 아파하며, 더불어 웃을 수 있는 그런 노래, 김광석의 노래는 그런 노래였다. 나는 이 김광석이라는 보석을 너무나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이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는 내가 김광석이라는 가수와 그의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였다. 모 프로그램에서 박완규가 부르는데 듣고 있으니 눈물이 절로 났다. 이렇게 애절한 가사라니... 그렇게 그 노래의 원곡을 부른 김광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져갈 무렵, 늘 자전거를 타고 지나쳤던 곳 가까이에 김광석 거리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 딱히 대단한 것은 없었지만, 그를 추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그 거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광석은 많은 사람에게 슬픔과 무관심과 욕심을 넘어 세상에 늘 부족하기 마련인 사랑과 그리움과 기다림과 기다림의 슬픔까지 전해주는 이 시대가 낳은 가수였다. - 사실 이 표현은 정호승 시인의 시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김승희 교수의 해설 중에서 인용하였다. 너무나 멋있는 표현이다. -

 

 여기에 다른 방식으로 그런 감성을 공유하는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정호승' 시인이었다. 내가 20대 막바지에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꿈꿔왔던 이상형을 발견하고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삭이면서 도움이 되어주었던...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집을 읽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이가 정호승이었다. 처음으로 접했던 그 시의 제목은 '봄 길'이었다. 너무나도 추웠고, 외로웠고, 그리웠고, 힘들었던 그 시기에 한 줄기 햇살과 같이 포근한 시였다. 나는 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의 시선집 한 권을 샀다. 거기에는 여러 좋은 시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다소 눈에 익은 그런 시였다. '부치지 않은 편지', 김광석이 불렀던 그 노래의 가사는 정호승의 시를 가져다 붙인 것이었다. 참으로 뭔가 묘한 기분이...

 

 어쨌거나 김광석과 정호승, 이 두 분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일깨워 주셨다. 이런 분들과 한 시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 글을 빌어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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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精神一到何事不成 HOGU 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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